글로벌 리포터

[유럽> 독일]책 『다뉴브』 를 따라서 도시 탐방하기
남자3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6기 인현준



교환학생을 오기 전에 읽은 『다뉴브』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지음, 이승수 옮김, 문학동네, 2015)는 내게 큰 감명을 주었다. 6명의 소설 속 인물이 중심으로 독일부터 루마니아까지 이어지는 다뉴브 강을 따라가며 극을 이끌지만 그 지역 속에 담긴 실제 역사, 문화, 인물을 책에 잘 녹여낸 조화로움은 실상 백과사전을 방불케 한다. 내가 교환학생을 위해 입국했을 당시 다뉴브 강의 발원지이자 이 책의 처음에 기재된 도시인 슈바르츠발트Schwarzbald에 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나 그 기간에 발원지로 가는 열차가 수리 중이어서 아쉽게 가지 못했다. 또한 내가 있는 뮌헨공대로부터 슈바르츠발트로 가기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다뉴브 강이 지나는 도시인 레겐스부르크를 차선책으로 결정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할 때 <해리포터>(영국), <원스>(아일랜드) 등 자신이 감명받은 영화에 나오는 장소에 직접 탐방하러 간 적은 많으나 나는 감명받은 책에 나오는 장소로 탐방하니까 다른 분들과 또 다른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발할라를 먼저 짚고 넘어가겠다. 19세기 초에 나폴레옹에게 침격을 받은 독일은 프랑스에게 크게 패배하여 바이에른 지역을 지키는 루트비히 1세는 사실상 바이에른 지역의 왕이라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독일인이라는 자긍심은 그 당시 모두 곤두박질쳤기 때문에 루트비히 1세는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가진 정체성의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발할라다.

이 건축물의 이름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발할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신화 속에서의 발할라는 전장에서 숨진 사람들을 이곳에 데려다가 낮에는 싸우고 밤이 되면 축제를 벌이는 장소다. 물론 이곳에서 자랑스러운 독일인들을 조각상으로 만들어서 매일매일 싸우게 하는것은 아니고, 스스로가 대단했다고 자축하며 위로하는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독일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루트비히 1세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에 조각될 수 있는 영광는 비단 독일인 뿐 아니라 독일어 혹은 독일어에서 파생된 언어를 쓰는 사람들 가운데서 자신의 분야에 제대로 방점을 찍었던 위인들이 자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사람들로는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막시밀리안 1세, 마틴 루터, 괴테, 슈베르트, 바흐, 베토벤 등이 있다.



발할라 측면 사진이다. 사진에 발할라 맨 왼쪽 기둥을 보면 사람들이 몇 명 있는데 이것을 통해 발할라가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독일에 있는 뜬금없는 그리스 느낌의 사원이지만 레겐스부르크(정확히는 근교 다뉴브 강 옆에 위치)를 상징하는 또 다른 건축물이 되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건물 위쪽에 자그마한 석고상들이 위치하였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곳을 확대하여 촬영한 것으로 열여덟 개의 석고상이 있다. 처음 이 건물을 보았을 땐 무엇을 의미하는 조각인지 몰랐는데 책을 한 번 더 읽은 뒤에야 이 사람들의 의미를 알았다. 직접 보았을 땐 굉장히 작아 보였던 조각상들이 6미터나 되는지 몰랐다. 그만큼 발할라 건물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운데에 루트비히 1세를 중심으로 양 옆에 자랑스럽게 설치된 대리석 조각상들로 가득하다.





장엄한 자세로 발할라에서 누구보다도 크게 조각된 루트비히 1세는 그리스식 건물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하여 이 장소를 만들었다. 당시에 다른 나라에 항복했더라도 독일인은 그리스인의 학문적인 사상에 존경심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기둥을 보면 그리스의 흔한 도리스식 사원을 짓고 그 안에 대리석으로 깎은 50개의 조각상을 들여놓았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도 이러한 도리스식 기둥을 차용하였기 때문에 베를린에 다녀오셨다면 간파하기 쉽다.




바이에른 주 의회가 발할라에 조각상을 새로이 가져다 놓는 사안에 대해 아직까지도 매년 의논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욱 발전한 점은 과거에 천대를 받은 유대인도 이곳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1990년에 들어서 아인슈타인이 110번 숫자를 달고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에디트 슈타인이 2009년 129번째로 발할라에 들어 왔다. 바이에른 주 자체가 조금 보수층이 짙기 때문에 의회에서도 이와 반대되는 사람들(반대측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마르크스를 꼽는다)은 아직 입성하기는 어려우나, 발할라가 1년을 통틀어서 1명 받을까 말까 한 것을 보면 때를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 후보자들은 예술, 자연계, 철학가 등등 인종과 분야를 막론한다는 것을 보면 발할라의 미래는 점점 더 나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본문에 나온 "오래 지속하고픈 그 갈망"이라는 의미는 항상 좋은 의미를 내포하진 않지만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현 사회와 걸음걸이를 같이 하는 점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려 하는 점 등은 본받아야 마땅하다.




레겐스부르크는 소금이 비쌌을 12세기 전후로 다뉴브 해역의 주요 루트였기 때문에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으나 이후 루트가 바뀌면서 경제적으로 아쉬운 행보를 걸어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물러서지 않고 그당시 혹은 후세에 사용하던 건물들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현재 레겐스부르크는 크리스마스 마켓, 레겐스부르크 다리, 다뉴브강, 대성당 등 “오래됨"이 다양한 형태로 새겨진 도시다. 현재 레겐스부르크는 크리스마스 마켓 준비에 한창이다. 하루만 더 늦게 왔어도 시작하고 있었을 터인데! 멋진 크리스마스 마켓을 걸어보지 못해서 아쉽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독일의 베르히테스가덴에서의 소금 광산 사업은 11-13세기에 호황을 이루었기에 당연히 이러한 호화로움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바이에른주의 주도가 뮌헨이기 이전에 이곳이 주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위업인지 짐작할 수 있다.



14세기에 마련한 스테인드 글라스를 중심으로, 레겐스부르크 대성당은 건축된 지 500년을 훌쩍 넘었다. 독일 특성상 레겐스부르크에서도 높은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형태는 아니지만 몇몇 커야 할 건물은 유독 큰 모습이라서 할 땐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성당 안의 모습이다. 성당은 14세기, 레겐스부르크 다리는 12세기, 카페는 17세기, 레겐스부르크 다리 앞에 놓여진 유명한 소시지 가게는 만들어 진지 천 년도 더 된 가게다. 그덕에 겨울이 되면 다리는 수리하느라 건너지도 못하고 대성당 외벽은 사계절 내내 재건축 중이다. 그러나 이것을 모두 허물지 않고 그대로 지켜내려는 까닭은 표면적으로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도시 전체가 지정된 까닭이겠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의미 는 어디 가서도 살아 생전 체험하기 불가능한 몇 백 년 된 바이에른의 인프라를 생생하게 느끼려는 마을의 올곧은 가치관 때문일 것이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마을에 대해 설명하는 가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된 일인가 다시금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성당 바로 옆에서 열심히 돌을 만들고 있었다. 산성비 등으로 악화된 교회의 낡은 돌을 교체하는 작업인데 앞서 설명했던 레겐스부르크 정면 사진을 보면 돌들의 색이 얼룩덜룩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손상된 돌들을 바꾸는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도시국가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라는 건 자신들의 도시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얘기가 아닐까?



가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카페 프린세스는 17세기부터 운영되었으며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고 한다. 이렇듯 레겐스부르크에 가면 소세지 가게도 제일 오래되었고, 카페도 독일 최장기간 오픈 하였으며, 예전 황금기 건물들 또한 그대로 보존하려고 애쓴다. 과거의 모습을 잃지 않고 하나하나 현재까지 그대로 수놓으려는 태도가 이곳 저곳 눈에 띈다.



유럽에 교환학생을 오면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독일은 해가 잘 안 들어서 어느 날 날씨가 좋아서 갑자기 여행을 갈 수 있고, 몇 달 전부터 초저가 비행기 티켓이 눈에 띄어서, 좋아하는 축구단이 있는 곳이어서, 그 나라 맥주가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등등... 나는 책에 나온 단 몇 챕터를 읽고 레겐스부르크 도시로 몸을 움직였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피곤하지 않았다. 책에서 나온 구절을 실제로 확인했을 때의 신기함과 즐거움은 나만 이 책을 읽고 이곳에 방문했을 거라는 막연한 자부심이 나를 에워쌌다. 여행을 가는 도시에 꼭 가야만 하는 특별한 목적이 생긴다면, 교환학생 기간 동안 남들보다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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