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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백지표지’로 잡지를 발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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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11기 박영주


안녕하세요,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 (Sapienza universita di roma)에 파견된 미래에셋 글로벌 특파원 11기 박영주입니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제가 접한 이탈리아 패션계의 혁신적인 이슈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5월, 보그 이탈리아는 역사상 처음으로 백지 표지로 잡지를 발간했습니다. 보통 패션 잡지를 생각하면 모델이나 셀럽들의 패셔너블한 포즈가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왜 백색으로 잡지를 발간한 걸까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쓸만한 화보를 구하지 못해 그런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실수였을까요?

정답은? 모두 아닙니다. 이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백지표지'였습니다.

보그 이탈리아는 공식 SNS에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흰색 표지를 인쇄하기로 했습니다. 이미지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흰색은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라고 전했으며, 이탈리아 보그의 편집장 엠마누엘 파네티는 백지로 5월호를 발간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 속에서 보그는 전쟁과 위기, 테러리즘을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이 고귀한 전통은 결코 어려움을 외면하거나 못 본 척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코로나 19로 인해 죽어가고 있고, 의사와 간호사들은 코로나19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외의 다른 것을 언급하는 것은 이탈리아 보그의 DNA가 아닙니다. 저희는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흰색이 순결함과 미래를 위한 희망을 표현하기 위한 색상으로 선정됐을 때를 회상했습니다. 백지표지는 부활, 어둠 뒤의 빛, 모든 컬러의 조합,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유니폼, 침묵, 창조의 기회 등 다양한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라며 White는 항복이 아닌, 곧 시작될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공란이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어떤 단어나 이미지보다 침묵이 가장 큰 메시지라는 의미를 내비친 보그 이탈리아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보그 이탈리아 측은 이 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기간 중 뜻 깊은 재능기부 챌린지를 시도했는데요, 다음의 2가지를 요청했습니다.


1. 지금 우리가 모두 공유하고 있는 어려운 시간의 제약을 현실적으로 나타내며 심플하고 정직한 이미지를 창조

2. 다른 것은 염두하지 말고 개인의 순간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방식으로 의상을 표현


이에 세계적인 모델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자매, 베르사체 대표 도나텔라, 디올의 그라치아 치우리 등 약 40명의 패션관계자가 자가격리 와중에도 재능기부 챌린지에 응했습니다.




집에서 이렇게 멋진 화보를 촬영해서 보내주었다니, 정말 프로답네요!


보그의 혁신적인 이슈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20년 1월호, 보그 이탈리아가 발간된 55년 이후 처음으로 사진이 아닌 일러스트로 표지를 장식하여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표지에 변화를 준 이유는 다름 아닌 ‘환경보호’ 때문입니다. 사진 없는 잡지를 출간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될까요? 보그 이탈리아의 편집장 엠마누엘 파네티는 “2019년 9월호 보그 이탈리아에는 총 8개의 패션 화보가 실렸습니다. 이 화보들을 촬영하기 위해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를 위해 20번의 비행, 12번 이상의 기차 여행, 40대의 차량 대기, 60여 개의 국제 배송이 있었고 10시간 쉬지 않고 조명을 켰으며 가솔린 연료의 각종 설비를 사용했고, 케이터링 서비스로 인한 음식물 낭비,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각종 장비가 쓰였으며, 카메라와 핸드폰을 위한 전력 등이 소비됐습니다”라고 밝혔으며 이처럼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사진 촬영을 생략해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내비쳤습니다.


사진 촬영 대신 이탈리아 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 미국인 화가 카시 나모다, 이탈리아 만화가 밀로 마나라 등과 협업해 삽화를 제작했으며, 삽화는 실제 모델의 얼굴과 의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대담한 결정이지만 1월호 한 권에만 해당하기에 일종의 제스처일 뿐, 실질적으로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장기적인 변화는 아니다” 라는 비판도 일었지만, 보그 이탈리아 편집장은 “문제를 직면하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우리가 지속할 수 있지 않은 산업의 일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과정” 이라고 밝히며 “변화는 어렵지만, 우리가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요청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덧붙였습니다. 1월호를 진행하며 화보 촬영을 하지 않아 절약된 제작비는 지난해 11월 홍수로 인해 손상된 베니스의 문화 센터 및 도서관 수리를 위해 기부되었습니다.




이에 힘입어 vogue 측은 5월 21일부터 "Far Away So Close - Unfolding the Future of Fashion"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보그 이탈리아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패션의 미래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이너, 사진가, 스타일리스트, 모델뿐만 아니라 기업가, 대학교수, 트렌드 전문가 등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고, 창의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패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며 교류하고자 하는 열린 공간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라이브방송 참여 및 다시 보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어로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해주세요!

https://www.instagram.com/vogueitalia/?hl=ko (보그 이탈리아 인스타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6P7dp8d36ME (5월 21일 라이브 스트리밍)


자, 이렇게 패션선진국 이탈리아에서 백지표지로 잡지를 발행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이탈리아 보그의 행보를 통해 패션기업들이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공감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한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앞으로 패션계에 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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