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터

[유럽> 스웨덴]그레타 툰베리의 나라, 스웨덴을 바라보며
남자1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생 25기 김영벽


you have stolen my dreams and my childhood with your empty words.

And yet I'm one of the lucky ones.

People are suffering. People are dying. Entire ecosystems are collapsing.

We are in the beginning of a mass extinction, and all you can talk about is money and fairy tales of eternal economic growth. How dare you


당신들은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허황된 말들로 빼앗고 있습니다.

그리고 난 아직 운 좋은 사람들 중 한 명일 뿐입니다.

사람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죽어갑니다. 생태계는 붕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멸종 문턱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돈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 그레타 툰베리의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문 中


2018년 여름,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 한 소녀가 서있었다. 16살 그레타 툰베리.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변화에 대해 권력자들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팻말과 함께.



그레타 툰베리의 등교 거부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팻말을 들고 200일 정도 지난 뒤, 100개 이상의 나라에서 수백만 명이 참가한 청소년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기후변화의 후폭풍을 그대로 맞는, 직접적인 피해자인 학생들의 목소리는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노벨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다보스포럼, 유럽연합 등 수많은 단체로부터 주목 받았다.


내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더욱 놀랐던 지점은 용감한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도 있겠지만, 작은 소녀의 외침에 귀 기울이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 스웨덴 사회의 힘 이었다. 나이가 많건 어리건, 권력이 많고 적건, 관심을 호소하는 이에 대한 공감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정치적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그레타 툰베리를 조롱하던 트럼프의 모습과, 나이를 가지고 멱살 잡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더 확고해졌다.




상상해보라. 김철수 라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등교를 거부했다. 김철수는 청와대 앞에서, 대한민국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을 번갈아 가며 시위했다. "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유의미한 대책을 내 놓을 때까지 등교를 거부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 철수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를 수 있을까?


짐작하건대, 철수의 행동은 한국에서 박수 받지는 못할 것 같다. 관심이라도 끌면 성공했을 것이고. 그레타 툰베리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들먹이며 '자폐증 환자의 허언'이라며 비난하던 풍경과 다르기만을 바란다. 입시가 청소년의 최고 덕목인 이곳에서, 자신의 양심을 따라 최고 덕목을 배반하는 중2 김철수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부딪힐 것이다.


스웨덴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민자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웨덴인 하면 백인을 떠올린다. 나 또한 스웨덴에는 온통 키가 크고 머리가 노란 사람들로 가득한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1960대 이후 스웨덴은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고 이들이 사회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14년 이민자통합정책지수(MIPEX)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스웨덴이라고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난 혹은 전쟁, 여타 수많은 조건들로 인해 고국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이처럼 기회를 주고 함께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웨덴에는 스웨덴 음식점이 거의 없다. 있어봐야 미트볼에 으깬 감자 정도다. 한식으로 가득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길거리에 나가면 프랑스, 이탈리아부터 인도, 터키, 일본 음식점 등 세계 음식점들로 가득하다.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케밥과 피자, 햄버거집이 80%는 차지하는 것 같다. 아무튼 음식점 종류에서 스웨덴 사회의 복잡성(?)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채식 문화였다. 사실 한국에서 채식주의는 아직까지 그 개념이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채식주의의 '채'자만 나와도 수많은 훈수와 지적이 쏟아진다. '고기에는 필수 영양분이 있다', '풀만 먹고 살라는 것이냐', '유난 떨지 마라'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이미 채식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고 있었다. 식당에 가면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들이 무조건 존재하고, 대형마트에 가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체품을 모아놓은 코너도 있다. 그곳에는 콩으로 만든 치즈, 소세지부터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다양한 식품들로 가득했다.




채식은 동물권과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함께 한다. 살육 당하는 동물에 대한 공감과,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포괄하는 것이다. 결국 내 자신이 육식의 즐거움을 내려놓으면서 동물과 생태계, 그리고 기후변화로 고통 받을 미래세대를 생각할 줄 알아야만 채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나에게 그레타 툰베리, 이민자, 채식은 연결된 것으로서 스웨덴 사회를 나타내는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교환학생을 위해 2월에 스웨덴에 도착했고 3월에는 유럽 전역에 코로나가 폭발했다. 코로나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 때문에 스페인과 이탈리아로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들은 아시아인에게 자행되는 폭력과 위협에 못 이겨 전부 한국으로 돌아갔다. 프랑스, 독일, 동유럽으로 갔던 친구들도 대부분 상황이 비슷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스웨덴 함스타드 대학교로 파견되었던 5명의 한국인은 모두 학기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는 한번도 스웨덴에서 인종차별을 겪거나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적 없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나에게 헤이헤이(hej hej)! 라고 인사했다. 스웨덴에서 헤이헤이는 Hi와 같은 인사 말인데, 어떤 상황에서건 스웨덴어로 먼저 이야기했다. 그들은 나를 스웨덴 사람이라고 항상 가정했던 것이다. 그들은 내가 교환학생을 하기 위해 잠깐 스웨덴에 온 한국사람이고 스웨덴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면 그제서야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를 통해 인종과 피부색에 관계없이 그들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은 하루 만에 택배가 도착하고 음식배달은 15분이면 충분한 나라다. 공무원들의 일처리 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하며 언제 어디서나 4G가 펑펑 터진다. 인터넷 속도는 오래 전에 1000mb가 넘었으며 코로나로 드러난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던 실력과 시스템에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할 정도이다. 하지만 속도와 경쟁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도 김철수를 노벨상후보로 만들어 보자. 아! 그렇다고 기존 방식대로 '노벨상 준비반'이나 '노벨상 특수목적 중학교'를 만들어선 안 된다. 국가능력시험에 '노벨상 직무능력평가'를 추가해서도 안 된다. 철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자. 국영수 성적만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 동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자. 그리고 철수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를 가졌을 수도 있고, 2018년에 들어온 예멘 출신 이민자의 자녀일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하자.


"Can you hear me?" 질문하는 미래세대의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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